바로 지금.

예전부터 프랑스사람들 시위하는거 보면 엄청 낭만적으로 보였다. 작년인가 있었던 고등학생들의 시위도 그랬고 전에 어떤 영상에서 본 어떤 시위에선 사람들이 정말 엉뚱하고 사치스럽게도 보이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게 보일수가 없었다. 예전부터 프랑스에대한 로망이 있었다. 어렸을때 보던 먼나라 이웃나라를 비롯해서 어린이용 역사만화나 그런거 보면 프랑스사람들은 굉장히 과격하고 화끈하게 나온다. 왕이랑 여왕 목아지 뎅강. 그런것들.

이번에 광우병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에서 프랑스에 대한 일말의 짝사랑감정을 날려버렸다. 세상의 어떤 집회나 시위도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것만큼 멋질수 없을 것이다. 새벽에 인터넷으로 경찰이 과잉진압하는 걸 보고 한걸음에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들, 집회가 끝나고 자진해서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 비폭력을 외치며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 자기돈을 들여서 물과 음식 비옷등을 사서 나눠주는 사람들. 디씨 음식갤에서는 모금액이 3천만원을 넘었고 시위 생중계 하는 오마이뉴스엔 몇일만에 1억에 가까운 돈이 모였다. 경향신문은 하루에 천명씩 구독자가 늘고 sbs는 하루에 수백명씩 웹사이트 회원을 탈퇴한다고 한다. 나는 비가 오면 아무도 시위에 나서지 않을줄 알았는데 오늘 경찰추산 2만이 모였다고 한다.

이번에 중국친구들이 쓰촨성 지진 피해자들에게 7만원, 15만원씩 모금하는거 보고 완전 놀랐는데(중국의 1일단 소득은 현재로 한국의 9분의 1정도) 다른 나라사람들이 보면 우리나라도 놀랍게 보일까.

한국에 있었다면 나도 분명 집회에 있었을 것이다. 여성들과 어린 학생들을 대신해서 경찰의 방패를 맞겠다며 맨 앞줄에 나설 용기를 발휘했을지는 모르겠는데 어쨋든 나는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침대위에서 시위 생방송을 보며 분노와 슬픔의 눈물을 흘렸는데 아마 현장에 있었다면 나는 반대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서로 서로 스크럼을 짜며 이명박 꺼져라 구호를 외치며 나는 내 옆의 뜻을 같이한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서 동지애를 느끼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언젠가 이들이 나를 배신해서 제 2의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다시 적들의 편으로 넘어가거나 방관자가 된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들은 나의 옆에 있다. 우리의 정치색이 어느정도나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도 당신의 옆에 있다. 바로 지금.

집회도 한번 안나간 주제에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불쌍한 나.

by 헐렁 | 2008/06/04 04:14 | + 정치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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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타선생 at 2008/10/28 13:19
어찌보면 오래 전의 일이네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지금 보니 초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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